그레이엄 수와 안전마진: PER×PBR 22.5의 의미와 한계
그레이엄 수 계산식과 PER×PBR 22.5의 유래, 안전마진 개념, 방어적 투자자의 정량 요건, 현대 시장에서 이 기준이 잘 맞지 않는 이유를 초보자 눈높이로 정리했습니다.
그레이엄 수란 무엇인가
그레이엄 수(Graham Number)는 가치투자의 토대를 세운 벤저민 그레이엄의 기준에서 파생된 계산값입니다.
그레이엄 수 = √(22.5 × 주당순이익(EPS) × 주당순자산(BPS))
EPS 2,000원, BPS 20,000원인 가상의 A기업이라면 22.5 × 2,000 × 20,000 = 9억, 그 제곱근인 30,000원이 그레이엄 수입니다.
주가가 이 값보다 낮으면 이 기준에서는 저평가 구간으로, 높으면 설명되지 않는 가격으로 봅니다. 다만 적정 주가를 맞히는 계산이 아니라, 이익과 자산이라는 두 축이 가격을 최소한 받쳐주는 하한선에 가깝습니다.
22.5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왔을까
22.5는 임의의 숫자가 아니라 두 기준의 곱입니다. 그레이엄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투자자에게 PER 15배 이하, PBR 1.5배 이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5 × 1.5 = 22.5입니다.
주가 = PER × EPS이고 주가 = PBR × BPS이므로, 두 식을 곱하면 주가² = (PER × PBR) × (EPS × BPS)가 됩니다. 여기에 PER × PBR ≤ 22.5를 넣고 제곱근을 씌우면 그레이엄 수 공식이 그대로 나옵니다.
곱으로 묶으면 한쪽이 높아도 다른 쪽이 충분히 낮으면 통과합니다. PER 18배, PBR 1.1배인 기업은 곱이 19.8이라 기준 안에 듭니다.
안전마진: 맞히는 대신 틀려도 버티는 것
22.5보다 중요한 개념이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입니다. 추정한 내재가치와 지불하는 가격 사이의 간격을 뜻합니다.
핵심은 가치를 정확히 맞히는 것이 아니라, 틀려도 손실이 크게 벌어지지 않을 만큼 간격을 두는 것입니다. 10톤을 견디도록 설계된 다리에 15톤을 올리지 않는 태도와 같고, 그레이엄도 이런 공학적 여유에 빗대어 설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래 이익 추정은 반드시 빗나갑니다. 내재가치가 1만 원으로 추정되는 기업의 가격이 6천 원이라면 30% 틀려도 완충이 남지만, 9천9백 원이라면 완충이 사실상 없습니다.
안전마진은 계산식이라기보다 태도입니다. 예측 가능성이 낮을수록 더 큰 할인폭을 요구하고, 폭이 부족하면 판단을 보류하는 방식입니다.
방어적 투자자의 정량 요건
그레이엄 수는 그가 제시한 여러 요건 중 마지막 가격 조건 하나일 뿐입니다. '방어적 투자자'를 위해 다음 조건들이 함께 제시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구분 | 확인하는 항목 |
|---|---|
| 규모 | 매출·자산 일정 규모 이상 |
| 재무 안정성 | 유동비율 2배 이상, 장기부채 통제 |
| 이익 안정성 | 최근 10년간 적자 없음 |
| 배당 기록 | 장기간 중단 없는 배당 |
| 이익 성장 | 10년 단위로 주당이익 증가 |
| 가격 조건 | PER 15배, PBR 1.5배, 곱 22.5 이하 |
가격 조건은 앞의 다섯 관문을 통과한 뒤에야 의미가 생깁니다. 대가의 눈의 그레이엄 모델 점수도 이 순서를 따라 가격 조건이 전체 배점의 일부만 차지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현대 시장에서 이 기준이 잘 맞지 않는 이유
그레이엄의 기준은 1930~1970년대 미국 시장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고, 이후 시장 구조가 바뀌면서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첫째, 자산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소프트웨어·플랫폼 기업은 개발비와 마케팅비가 비용으로 처리되어 장부상 자본에 남지 않습니다. BPS가 작고 PBR이 높아 사업의 질과 무관하게 탈락합니다.
둘째, 자사주 매입이 일반화됐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본이 줄어 BPS가 낮아지고 PBR은 올라가,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이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셋째, 금리 환경이 다릅니다. PER 15배는 채권 수익률이 높던 시기의 상대적 기준이었고, 시장의 요구수익률이 달라지면 '적정 PER'의 눈금도 움직입니다.
넷째, 업종 편중이 나타납니다.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자산이 무거운 업종이 대거 걸립니다. 가격이 낮은 데에는 대개 이유가 있습니다.
이 지표의 한계
단순해서 강력하지만, 그 단순함이 곧 한계입니다.
계산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EPS나 BPS가 음수면 제곱근을 구할 수 없어 적자·자본잠식 기업은 평가 대상에서 빠집니다.
단일 연도 실적에 흔들립니다. 일회성 손익이 잡히면 EPS가 튀고, 평균 이익을 쓰더라도 기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미래를 보지 않습니다. 과거 재무제표만 쓰므로 산업이 축소되는 중인지 반영하지 못하고, 이익이 줄어드는 가치 함정을 걸러내지 못합니다.
업종 간 비교에 부적합합니다. 레버리지가 높은 금융업과 무형자산 중심 업종을 같은 잣대로 재면 왜곡됩니다.
저평가가 곧 주가 상승을 뜻하지 않습니다. 싼 상태가 몇 년씩 이어지기도 하고, 시장이 재평가할지는 이 공식이 답할 수 없습니다.
결국 후보를 좁히는 1차 필터일 때 가장 쓸모가 있습니다. 통과 여부보다 '왜 이 가격인가'를 되묻는 출발점입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그레이엄 수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22.5 × 주당순이익 × 주당순자산)으로 계산합니다. 22.5는 그레이엄이 제시한 PER 15배와 PBR 1.5배를 곱한 값입니다. 예를 들어 EPS 2,000원, BPS 20,000원이면 그레이엄 수는 30,000원입니다.
PER×PBR이 22.5보다 낮으면 좋은 주식인가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22.5는 지불 가격의 상한선일 뿐이며, 그레이엄은 이 조건 앞에 재무 안정성, 이익의 연속성, 배당 기록 같은 요건을 먼저 두었습니다. 가격만 낮은 기업은 이익이 계속 줄어드는 가치 함정일 수 있습니다.
안전마진은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하나요?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안전마진은 특정 수치라기보다, 추정이 틀려도 손실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여유를 두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낮을수록 더 큰 할인폭을 요구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성장주에도 그레이엄 수를 적용할 수 있나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소프트웨어·플랫폼 기업은 핵심 투자액이 비용으로 처리되어 장부상 자본이 작게 잡히고, 그 결과 PBR이 구조적으로 높아 기준에서 탈락합니다. 적자 기업은 제곱근 계산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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